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봄을 재촉하는 비다. 마음이 뒤숭숭 사주나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늘 그렇듯,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마음은 방향을 잃는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지만, 손에 잡히지 않고, 괜히 어제의 대화나 내 말투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오늘처럼 잔잔한 비가 내리는 날이면, 괜히 운세라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혹시 나 말고도 이런 마음, 있는 사람 있을까?
누구나 인생의 길목에서 표지판 하나쯤은 보고 싶어 한다.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게 더 나은 선택은 아닐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이 사랑이 결국 나를 더 아프게 하지 않을지’ 같은 질문들. 사주는 그런 물음에 정확한 답을 주진 않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기질과 흐름을 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훌륭한 거울이 된다.

예전엔 ‘사주는 운명을 미리 정해놓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르게 느낀다. 사주는 오히려 ‘내가 가진 힘’을 알게 해주는 도구에 가깝다. 내가 불처럼 성급한 사람인지, 물처럼 느리지만 깊은 사람인지. 그런 자기이해를 통해 관계를 조율하고 삶을 정돈해 나갈 수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방향 제시 아닐까?
오늘 아침, 핸드폰으로 만세력을 열어봤다. 내 사주를 다시 읽어본 건 오랜만이었다. 문득, 오래전에 한 명리 선생님이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지만, 뿌리는 깊어요. 그래서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다시 일어나요.” 그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사주는 그렇게, 때때로 우리 삶의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주는 일이다.
비는 여전히 조용히 내리고 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사주를 보며 나를 읽는 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 앞으로 다가올 봄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 같은 날엔, 여러분도 한 번쯤 사주를 펼쳐보는 건 어떨까? 거기엔 어쩌면, 지금 필요한 위로 한 줄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